영화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처음으로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작비 2억 원, 단 13회차 촬영으로 완성됐습니다.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이 출연했으며 제작진은 20명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박정민은 노개런티로 참여했고, 다른 배우들도 러닝 개런티 방식으로 동참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다양한 매체 환경 속에서 영화 제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와 아들 동환(박정민) 앞에 어머니의 백골 사체가 발견됐다는 전화가 걸려오며 시작됩니다. 동환은 다큐멘터리 PD와 함께 진실을 추적하고, 영화는 어머니의 얼굴을 끝까지 숨기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작품은 사회가 규정한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을 집요하게 묻습니다.
1970년대 청계천 의류 공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한국 성장주의의 빛과 그늘을 드러냅니다. 성공한 장인 임영규는 국가적 성취의 상징이지만, 그 뒤에는 지워진 희생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연상호 감독은 “성과에 집착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70년대 한국이 잃은 것에 대해 질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정민은 아버지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아들 동환 역을 동시에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경험이 있어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습니다. 권해효는 시각장애 장인의 노년기를, 신현빈은 얼굴을 끝내 드러내지 않는 어머니 정영희를 맡아 도전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얼굴’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1,700석 규모의 상영관을 가득 채웠습니다. 관객들은 기립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국내 언론 시사회에서도 “밀도 있고 강렬한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만큼 흥행을 간절히 바란 적이 없다”며 수익이 배우와 스태프에게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극장은 무너진 게 아니라 변화하는 중”이라며 “변화한 극장에는 변화한 영화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은 화려한 VFX 없이도 묵직한 주제 의식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승부하며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