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1주기 맞물려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폐지
MBC,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故 오요안나 1주기와 맞물려 논란 확산. 유족의 단식 농성까지..
고인이 된 요요안나 인스타그램 사진진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와 ‘기상기후 전문가’ 신설
MBC가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제도를 없애고 새롭게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15일 MBC는 기상·기후 전문 취재와 콘텐츠 제작을 담당할 전문가를 연말 또는 내년 초 공개 채용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지원 자격은 관련 전공자 및 자격증 보유자, 업계 경력 5년 이상자로 제한되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MBC는 1994년부터 여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날씨 예보를 맡아왔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기상 관측 경험을 가진 남성 기자, 특히 학사 장교 출신들이 해당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故 오요안나 1주기와 맞물린 결정, 논란 불거져
이번 제도 개편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1주기와 시기가 겹치며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캐스터도 지원 가능하다면 단순한 간판 교체”라며 비판했고, “논란을 무마하려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유족 역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오씨의 유가족은 시민단체와 함께한 추모 문화제에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노동자성을 부정한 채 결국 해고 위험만 높이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요안나, 짧았던 생과 남겨진 흔적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을 시작해 주요 뉴스 프로그램과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2022년에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과거 아이돌 준비생과 미인대회 수상 경력이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5일, 향년 28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뒤늦게 공개된 휴대전화 속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겨 있었으며, 선배 기상캐스터들의 부당한 압박과 모욕, 퇴근 후 호출 등이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상조사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고인의 사망 이후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고용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습니다. 올해 5월 노동부는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발언이 반복됐다”며 괴롭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프리랜서 신분인 오씨를 ‘근로자’로 규정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캐스터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다른 3명과는 재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낳았습니다.
유족의 요구와 단식 농성
고인의 유족은 MBC 사옥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사측에 ▲사장의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고인 명예사원증 수여 ▲사내 추모공간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명목상 프리랜서지만 사실상 상시 근로자로 일하는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습니다.
MBC는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 동의가 이뤄지면 진상조사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